금지된 장난 (Jeux Interdits, 1952)

전쟁의 참상을 고발한 영화는 많이 있지만 이 영화처럼 낭만적인 풍경과 아름다운 음악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드물지 싶습니다. "태양은 가득히"의 명감독 르네 끌레망의 1952년 작품으로 그 해 베니스 영화제 작품상과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걸작입니다.

독일군의 폭격이 거센 1940년 어느날, 다섯살난 파리 소녀 폴레뜨(브리짓 포시)는 아빠.엄마 그리고 강아지와 함께 피난길을 가고 있습니다. 행렬이 시골길에 이르렀을 때 독일 전투기의 무차별한 기총소사가 시작되자 피난민은 모두 몸을 숨기는데 폴레뜨의 강아지가 놀라 달아납니다. 폴레뜨는 강아지를 쫓아 뛰어가고 아빠.엄마도 폴레뜨를 붙잡기 위해 뛰어 가다가 독일전투기의 총에 맞아 두분 다 죽음을 맞고 맙니다.

너무 어려서 죽음의 의미를 모르는 폴레뜨는 슬퍼할 생각도 못하고 있는데 피난민 중 한 가족이 수레에 태워 줍니다. 폴레뜨를 태워 준 아주머니는 폴레뜨가 안고 있는 강아지가 이미 죽은 것을 알고 강아지 시체를 강물에 던져 버립니다. 그 때 마침 행렬이 멈추자 폴레뜨는 수레에서 내려 떠 내려가는 강아지를 따라 어느 시골 마을로 접어 듭니다.

시골 마을의 농부 돌레씨네 가족들은 폭격 와중에도 농사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때 폭격에 놀란 마차 끄는 말이 주인을 잃고 밭으로 뛰어듭니다. 돌레의 큰아들이 말을 잡으려다 그만 뒷발에 채여 큰 부상을 입습니다. 그 소동으로 암소 한마리가 달아나고 암소를 쫓아 간 돌레의 일곱살난 아들 미셸(조르주 포졸리)이 폴레뜨를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 갑니다.

큰아들이 사경을 헤매느라 아이들에게 신경을 쓰지 못하는 사이 미셸이 폴레뜨에게 강아지를 묻어 주고 기도하는 법과 십자가를 세워 주어야 한다는 걸 가르쳐 줍니다. 폴레뜨는 좀 더 예쁜 십자가를 세워 주었으면 좋겠다고 하고 미셸은 직접 십자가를 만들어 보지만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폴레뜨를 기쁘게 해 주기 위해 미셸은 십자가를 훔쳐서 가져옵니다만 폴레뜨는 모든 죽은 것은 묻어주고 십자가를 세워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더 많은 십자가를 원합니다.

둘은 물레방앗간에 온갖 죽은 것들을 묻어 주고 십자가를 세워주는 놀이에 물두합니다. 미셸의 집착은 날로 강해져 공동묘지의 십자가들을 빼 오기도 하고 기어이 죽어 버린 큰 형의 십자가를 훔치기도 합니다. 두 어린 천사들의 금지된 장난은 위험하게 계속 됩니다.

JEUX INTERDITS 1952, 2009 (Romance Anonyme)

금지된 장난은 배경음악으로 쓰인 "로망스"로 유명하지요. 로망스는 "Romance Anonimo" 즉, 작자미상의 로망스란 스페인 민요라고 합니다만 이 영화에 쓰이면서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곡입니다. 기타 배울 때 다들 한 번씩은 쳐 보는 곡이지요. 저도 한 때 열심히 연마하던 곡입니다. 영화에선 나르시스 에페스가 연주했습니다.

전쟁에 대한 참상을 전쟁 자체로 보여주려 하지 않고 전혀 다른 소재로 간접적으로 고발한 영화의 선택은 탁월해서 어떤 반전영화 보다도 강한 감동과 여운을 주었습니다. 너무나 예쁜 어린 천사들 폴레뜨와 미셸이 어른들이 보기에 다소 엽기적인 놀이에 빠져드는 과정을 보면서 너무나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마지막 장면의 애절함은 절로 눈물짓게 만드는 아픔이 있습니다.

출처: 다양한 시선

[동영상] 금지된 장난 - Jeux.interdits.1952.720p.BluRay.Rus.Fre.rutracker (6.0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