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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리시버 앰프리파이어


◈ 리시버 역사


천리안 HIFI동호회 최인규님의 글입니다.



추억의 리시버 앰프리파이어 


1970년대 제가 대학다닐 때는 청춘남녀가 데이트를 할 만한 분위기있는 장소가 지금처럼 많지는 않았더랬습니다. 대개 커다랗고 촌스런 금붕어 어항이 있는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서 홀짝홀짝 커피 한잔씩 시켜 마시는 것이 보통이었고 좀 나으면 명동까지 나가서 코지코너나 맥심다방에서 분위기있는 클래식음악을 들으면서 그당시로는 비싼 비엔나커피 마시는 것이었지요. 


어쩌다 큰맘 먹고 대학로나 신촌주변 경양식집에 가는 경우에는 없는 돈에 함박스테이크시켜 먹으며 어두컴컴한 분위기와 간이칸막이를 은폐/엄폐물로 활용하여 웨이터 안보는 틈을 타서 상대방의 손목을 슬며시 잡아 보는 것이 고작이었고요. (집사람 뺨에 첫뽀뽀를 한 곳도 바로 이런 곳이랍니다... 흐흐흐) 애고 애고,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지고 있군요.


이 당시는 어느 다방이나 경양식집을 가도 대부분 레코드음악을 틀어주는 음악부스가 있었고요 이런 곳에는 대개 마란츠나 산수이, 켄우드, 파이오니어의 녹턴타입 대형 리시버앰프들이 파이오니어나 테크닉스의 턴테이블과 함께 자리잡고 앉아서 AR이나 JBL스피커를 통해 팝송이나 클래식을 틀어 주고 있었답니다. 물론 손님들의 신청곡도 잘 받아 주었지요.


전 지금도 가끔 황학동 벼룩시장안에 있는 고물 앰프가게 앞를 지날 때마다 늘 이런 학창시절의 아련한 향수같은 것을 느끼곤 한답니다. 자, 그래서 오늘은 리시버앰프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다 아시다시피 리시버는 튜너와 프리, 파워앰프의 기능이 한 샤시에 수납된 앰프이지요. 사실 이것 저것 귀찮게 연결할 필요가 없어서 일반 가정에서 막 쓰시기에는 가장 편리한 스타일입니다. 물론 요즘에야 아무리 싸구려 브랜드라도 (심지어는 미니컴포넌트까지도) 분리형 아니면 행세를 못하는 것이 이 바닥의 현실이지만 특히 1970년대에는 고성능의 다양한 리시버앰프들이 시장에 깔려 있어서 돈없는 우리같은 오디오애호가들의 마음을 늘 안타깝게 했답니다.


세계최초의 리시버가 어떤 제품이었는지는 자료가 없어서 잘 모르겠고 아마도 우리나라에 가장 먼저 소개된 리시버앰프는 1964년경 제작된 Knight의 KU45A라는 제품일겁니다. 진공관식으로 된 이 리시버는 국내에도 제법 소개가 되었는데요 세월이 세월이다보니 이제는 고물시장에서도 구할 수 없는 추억의 기계가 되고 말았습니다.


60년대초 미국 나이트에서 출시한 EL84(7189) PP 출력관의 스테레오 리시버

진공관은 EL84(6BQ5) 4개, 12AX7 6개, 12AT7 1개, GZ34 1개 등 총 21개


그리고 1965년에는 드디어 트랜지스터앰프가 선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해에 유명한 하만카든사에서 (지금은 JBL등의 많은 브랜드를 소유한 다국적기업이죠) SR-900이라는 세련된 제품이 나와서 애호가들의 눈길을 끌었지만 초창기 TR앰프는 아직 고장이 잦고 문제가 많아서 사용자들이 감탄과 호기심반, 그리고 의심반의 눈길로 쳐다 보고 있었죠.


이 당시 가장 대중적인 미국 진공관앰프 메이커인 Fisher사가 아마도 거의 마지막 순진공관 리시버라고 할 수 있는 500C와 800C를 내놓았는데 부드럽고 고품위한 음질을 가지고 있는 명기여서 지금까지도 빈티지애호가들이 많이 찾고 있습니다. 다만 아주 깨끗한 상태의 물건은 시중에 그다지 많지 않지요. 대충 500C가 70-80만원정도 하는데 상태에 따라 값이 천차만별입니다. 구형 로저스의 3/5A도 제법 울려주는 리시버이고 FM전용튜너의 성능도 아주 정평이 있는 제품입니다. 저도 하나 구하려고 합니다만.. 


이 무렵 일본에서는 Sansui가 1000A라는 유명한 진공관 리시버를 내놓았고 이 제품은 우리나라에 아주 많이 보급되었습니다. 미제에 비해서 내구성이 약해서 그런지 지금은 온전한 상태로 남아있는 제품을 거의 못보았고요 Sansui 500A는 며칠전 방송국에 다니는 제 친구를 펌프질해서 25만원에 구하도록 했습니다. 언제 가서 들어 보고 소리 좋으면 그냥 뺐아 와야지.. (^!^) 


1968년경에는 마란츠에서 드디어 TR리시버를 만들었습니다.

번호로 모델명을 처리하는 마란츠답게 '18'이라는 이름의 이 리시버에는 (한국말로 이 모델이름을 읽으면 쌍소리가 되므로 영어로 에이틴이라고 하셔야 합니다.. ^,^) 바로 여러분들이 지금도 보시는 마란츠 특유의 횡으로 되어 있는 튜닝채널놉이 등장했습니다. 물론 매우 비싸고 귀했고요...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매킨토시에서는 진공관과 TR의 하이브리드인 MAC1500인가를 내놓았었는데 (오래되서 모델명이 가물가물하네요) 이 기계는 세운상가에서 아직도 100만원 가까이 호가하고 있습니다. 그후 MAC1900인가부터는 완전 TR로 바뀌었지요.


또한 미국에서는 Scott사가 384이라는 푸시버튼형 리시버를 선보였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대부분 손잡이를 돌리는 형태의 셀렉터를 사용했었지요. 이 스코트사의 앰프는 70년대이후에는 인켈의 OEM으로도 생산이 되어 수출을 하게 되었고 이중 일정 퍼센트의 로스물량이 시중에 팔리게 되면서 진정한 의미에서 국산하이파이오디오시대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전 지금도 한 백화점의 음향코너에서 AR11스피커를 통해 듣던 인켈/스코트 앰프의 감동적인 소리를 잊을 수 없습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힘은 넘치지만 무척 둔탁하고 무딘 소리였다고 봅니다만...) 


그외에도 셔우드와 Olson 고급리시버들도 속속 시장에 나왔구요. 


1969,1970년에는 드디어 앰프사의 한획을 긋는 디자인이 출현했습니다.

바로 녹턴(Nocturne)형의 리시버입니다. 원래 녹턴이라하면 캐톨릭에서 저녁기도를 의미합니다만 (라틴어로 Vespers와 같은 뜻일듯...) 여기서는 스위치를 넣으면 깜깜한 창에서 파란 표시창이 떠오르는 스타일의 앰프를 말합니다. Fm 레벨미터와 동조미터와 함께 기능을 실렉트하면 형형색색의 글씨가 (FM, AM, AUX, Phono 등등) 너무나 예뻤던 디자인입니다. 음악다방의 어둠침침한 분위기와 너무도 잘 어울리는 모양새였지요. 

 

대략 1970년대 전후를 기점으로 일제 리시버가 판을 치기 시작했고 특히 월남전이 시작되고 중간에 휴가나 귀국한 병사들이 가지고 오거나 미군PX에서 군속이나 미군가족들에 의해 불법유출된 일본제 리시버들이 청계천과 충무로의 상점 진열대를 메우면서 '영자의 전성시대' 아닌 '리시버의 전성시대' 를 열었습니다.

 

파이오니어의 1500TD나 켄우드의 140X 그리고 산수이의 5000A 등이 1969년-1970년에 걸쳐서 아주 잘 팔리던 인기제품이었습니다. 피셔에서 250T, 500T를 선보인것도 이때쯤이고요 스코트의 386이 나온것도 이 무렵이었습니다. (386은 실패작이었습니다) 피셔의 경우 동호인란의 매물로 자주 등장하기도 합니다. 20-25만원선으로 알고 있는데요 상태가 좋은 것이 드물지요.

 

1971년에는 마란츠의 사세가 기울게 되면서 일본의 Standard사로 하여금 하청을 주고 생산을 시켜 PX에 군납을 시작했습니다. 그만큼 군납시장은 미국,일본 오디오업계에서 무시못할 존재가 되었다는 증거였습니다.


이때 생산된 일본제 마란츠가 바로 22와 26이었고요.

문제는 당연히 미국산인줄 알고 구입했는데 나중에야 뒷면에 인쇄된 Designed in USA, Made in Japan이라는 문구를 보고 열받은 동호인들이 상점에 거센 항의를 하게 만든 계기가 된 앰프였는데요 이런 실망때문인지는 몰라도 좀 더 후에 나온 마란츠 리시버들에 비해서 인기가 형편없던 리시버인던 걸로 기억합니다. 

 

1972년에는 드디어 4채널 스테레오가 등장합니다.


주로 일본의 4대 메이커(켄우드, 파이오니어, 산수이, 마란츠)를 중심으로 QS방식이니 뭐니 해가면서 서로 호환이 안되는 스타일로 경쟁하면서 레코드업계까지 포함한 모든 오디오 시장을 평정할 듯이 오만 난리굿을 피웠지만 불과 3-4년도 안되어서 4채널 시장이 전멸을 하고 맙니다. 어차피 듣는 귀는 2개인데다가 소스도 다양하지 못했던 이유도 있었겠지요. 사실 요즘 돌비프로로직의 켄셉트는 이때 기초를 쌓은 것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아뭏튼 1972년에서 1975년까지 국내에서 많이 팔렸던 4채널 리시버로는 산수이의 QR6500, QRX7500, QRX7001, QRX9001 파이오니어의 QX8000, QX949 켄우드의 KR-9940 그리고 그 유명한 마란츠의 4300과 4270 등이 있지요. 제 생각에는 마란츠4300이 가장 고가였지만 성능도 아주 좋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마란츠 리시버의 표준 디자인은 이 제품에서 비롯된다고도 할 수 있지요.

 

아직도 황학동에 가면 FM튜닝메타 2개, 파워레벨메타4개 해서 도합 6개나 되는 레벨메타를 장착한 녹턴타입의 대형 4채널 리시버를 보실 수 있는데 상태는 별로일겁니다. (근데 마란츠 4300은 아직도 제법 비싸게 부르는군요)

 

이 당시 2채널앰프로는 켄우드의 KR6200, 산수이의 771,881 시리즈 그리고 파이오니어의 SX939등이 나왔지만 워낙 4채널의 기세에 밀려서 숨소리도 제대로 못내고 있었고요 출시되는 제품도 다양하지 못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중 산수이의 XX1 시리즈는 황학동에 가시면 한두대 보실 수 있을겁니다. 

 

 

1975년은 월남전이 끝난,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미군이 허둥지둥 보따리싸서 부랴부랴 본국으로 도망간 해입니다. 우리 국군도 물론 같이 철수를 했구요. 영화 킬링필드의 장면이 실연되는 순간이었죠.

 

근데 이 영화에서 풋치니의 마지막 오페라 '투란도트' 중에 나오는 Nessun Dorma가 명테너 유시 비욜링의 음반으로 연주되는 것을 혹시 여러분은 아시나요? Nessun Dorma 란 원래 '잠자지 말아라' 는 이태리어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사람들 번역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공주는 밤잠도 못 이루고..' 라고 표기되는 경우가 많군요. 

 

오페라 애호가중의 한사람으로서 말이 났으니 말입니다만 제발 음악잡지나 평론가들이 더 이상 모짜르트의 마지막 오페라인 'Die Zauberflote'를 魔笛으로 부르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중학교때 음악선생님에게 모짜르트의 마적이란 말를 들었을 때 저는 말타고 돌아다니는 악당인 '馬賊' 인줄 알았거든요. 이게 '요술피리' 라는 뜻인걸 안 것은 훨씬 후의 일이었답니다.

 

내킨 김에 또 하나 예를 들자면 Weber의 오페라 'Freischutz'를 역시 일본의 영향을 받아 '마탄의 사수' 라고들 하는데요 정확하게 말하자면 마음먹은대로 쏴서 족족 맞추는 명사수라는 뜻입니다. 그저 '명사수' 라고 하면 되는 거지요. 

음, 서론이 좀 길어졌군요. 본론으로 돌아갑니다.

 

이 당시 월남에 파병된 국군에게는 한가지 특전이 있었습니다. 

귀국시에 외제 가전제품을 면세로 통관시킬 수 있는 T/O를 공식적으로 받았던거죠. 이때문에 많은 군인들이 자기나 가족/친지들이 쓸 일본제 오디오를 많이 구입했고요 개중에는 국내에 들여와서 시세차익을 얻고 팔려는 사람들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게다가 국내 미군PX에서 근무하는 군속이나 일부 미군 또는 미군가족들이 외부로 유출시킨 일제오디오의 양은 엄청나서 세운상가나 충무로의 오디오샵들은 이런 물건 없이는 한시도 장사를 유지할 수가 없었죠. 

 

가게에서 PX카다록에 나온 오디오를 찍으면 운좋으면 당장, 보통의 경우는 며칠, 좀 특이한 제품이면 한, 두주일이내에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었으니 참 대단한 시절이었습니다. 이때부터 약 5-6년간이 리시버의 전성시대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 세운상가에 가장 많이 굴러 다니는 제품들이 바로 이때 신품으로 팔리던 제품들입니다,

 


자, 그럼 이때의 리시버제품들을 살펴 보기로 할까요? 

우선 마란츠입니다. 

 

이때는 이미 미국의 마란츠사는 생산을 거의 중단했고 일본의 스탠다드사가 모든 제품을 대신 생산했습니다.

물론 미국에서 디자인을 해주었지만 이것도 몇년이 지나자 일본의 독자적 디자인으로 바뀌었고요. 흔히 마란츠앰프 뒷면에 써있는 "Designed in USA, Made in Japan" 이라는 문구는 바로 여기서 유래된 것이랍니다. 

 

1976년에 드디어 그 유명한 마란츠의 2325와 2275가 등장합니다.

2325는 채널당 125와트 그리고 2275는 채널당 75와트의 출력을 내는 리시버로서 마란츠 역사상 가장 대중적인 인기가 있던 제품이었지요. 음질도 좋았으려니와 전원을 넣으면 파란 패널이 떠오르며 가지 각색의 기능표시등이 우리의 눈까지도 즐겁게 해준 추억의 명기였지요. 전 개인적으로 2330B, 2285B보다는 이 제품을 더 선호합니다. 그 당시 인기있었던 AR3a나 jBL의 L100 스피커에 물려서 엄청나게 팔려 나갔던 제품이었고 음악다방에서도 즐겨 쓰던 모델입니다.

 

당시 제가 열렬하게 사귀던 같은 대학의 모 여학생이 있었는데 그집 아버지가 새 앰프를 사왔다기에 가서 구경하니까 바로 마란츠 2325에 jBL L100스피커였습니다. 턴테이블은 테크닉스의 SL1600이었고요. 약 300만원짜리 시스템이었다고 기억하는데 이때 대졸초임이 약 13만원정도였으니 어마어마한 거액이었죠. 생각해 보니 참 아쉽군요. 그 여학생하고 결혼했으면 이 정도의 시스템을 그때 벌써 혼수품으로 받았을지도 몰랐었는데... 그랬으면 지금쯤은 제프 정도 쓰고 있을라나요? (가만있자, 우리 와이프도 요새 천리안에 올린 제글을 가끔 보는데 이 문구땜에 오늘 집에 가서 박살나는거 아닐까?) 

 

어쨌거나 지금 상태좋은 2325라면 약 5-60만원에 거래되고 있고요. L100은 4-50만원 내외합니다.

테크닉스 턴테이블은 10만원에도 잘 안 팔리겠죠? 

 

1976-77년에는 2285, 2330을 선보입니다만 우리가 지금 흔히 보는 2285B와 2330B와는 전혀 다른 모델입니다. 이것이 마란츠의 마지막 녹턴형 리시버라고 할 수 있지요. 1978년에 나온 불세출의 히트작인 2285B와 2330B 부터는 종전의 운치있던 녹턴형에서 투과식 간접조명으로 바뀌었으니까요. (전원을 안켜도 문자판이 다 보이는 점이 다릅니다) 

 

첼로님이 가지고 계신 2252B는 바로 이 모델의 최하위 Version이죠.

2285, 2330B는 시중에 아주 흔하고요 2252B는 딱 한대 봤습니다.

 

전에도 말씀드린 기억이 있지만 마란츠 리시버의 RMS출력은 모델번호에 그대로 나타나 있지요.

2330은 채널당 130와트, 2285는 85와트, 그리고 2252라면 52와트가 되는 겁니다. 그럼 지난회에 연재한 마란츠4300은 도대체 뭐냐구요? 맨앞의 4는 4채널을 의미하고요 (2는 스테레오죠) 채널당 200와트의 리시버입니다(2채널로 구동시). 4채널로는 아마 100와트일겁니다.

 

대략 1977년을 전후로 해서 녹턴형 리시버가 없어졌다고 기억합니다.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녹턴형 리시버내의 많은 램프전구들이 툭하면 나가서 AS요구가 빈번하기 때문이기도 했고 아주 밝은 곳에서는 문자판을 인식하기가 힘든 불만도 있었기 때문입니다만 무엇보다도 제조원가절감이 가장 큰 이유라고 봅니다. 

 

비슷한 시기에 강력한 경쟁사인 Sansui에서는 유명한 7070, 8080 그리고 톱모델인 9090시리즈 리시버들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제품들은 1978년경에 돌비에서 특허를 낸 잡음감소회로를 장착한 7070DB, 9090DB 등의 신제품으로 출시되기도 했었습니다. 이 제품들이 바로 산스이의 마지막 녹턴형 리시버였습니다. 8080DB는 지금 세운상가에 한대 있는데 35만원정도 부르고 있군요. 이때가 산스이 리시버의 전성시대였던것 같습니다.

 

역시 경쟁사인 켄우드에서도 녹턴형 KR-9600, 7600 시리즈를 내놓았는데 음질면에서 아주 좋은 평가를 받았던 제품입니다. 특히 KR-7600은 제가 81년 장가갈 때 와이프가 혼수로 해온다는 세탁기대신 돈으로 받고 거기다 제돈까지 보태서 중고를 구입해 쓰던 추억의 명기입니다. 그럼 빨래는 누가 했냐고요? 물론 와이프가 손으로 했죠! ^.^

 

아마도 첼로님 작은 아버님댁에 가면 이 기계가 한대 있지 않을까 싶은데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혹시 양도받을 방법이 없을까용..? ^.^ 

 

1977년경 일본파이오니어에서는 SX-1250, 1050, 950, 850, 650 등등의 50시리즈 리시버를 내놓았는데 이중 SX-1250은 40Kg정도의 대형리시버로서 방열팬이 달려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SX-1050은 지금 제가 사용하고 있고요... 5만원이나 들여서 고쳤습니다. 이 제품은 녹턴형이 아닙니다. 아마도 가장 먼저 녹턴타입을 탈피한 것이 파이오니어가 아닌가 합니다. 지난번 제글에는 생산연도가 잘못 기록되어 있군요. 제 기억력에 한계가 있어서요 ... 하긴 제 머리에 이 정도나마 기억하는 것도 기적입니다만)

 

이듬해에는 신모델로 SX-1080, 980, 880, 680 시리즈를 등장시켰는데요 

이중 SX-980이 국내에 많이 보급되었습니다. 지금 깨끗한 980의 경우 중고가가 30만원정도 합니다. 

디자인은 좌우 파워레벨메타 2개, 튜닝메타, 시그날메타 해서 4개의 검은 바탕의 메타가 달려 있는 기계이고 우드케이스로 되어 있어서 아주 멋이 있지만 마란츠의 인기에 눌려서 중고가가 훨씬 쌉니다. 롯데에서 파이오니어와의 기술제휴로 생산한 리시버가 바로 이 파이오니어 리시버의 하위모델이었습니다. 다만 롯데에서 조립생산된다는 점이 큰 핸디캡으로 작용해서 일본파이오니어 제품의 국내인기가 바닥을 치게 되는 불상사를 당합니다. 이후 파이오니어 리시버는 국내에서 찾기가 어려워지지요. 

 

제 개인 소견입니다만 1976-1980년에 나온 리시버중에서 음질면에서는 파이오니어와 마란츠가 대체로 무난했고 산스이가 좀 쳐진다는 생각입니다. 켄우드도 KR-9600, 7600을 제외하면 별로고요.

 

1978-79년의 리시버는 돌비회로가 장착된 것이 중요한 특징입니다. 

(다만 이유는 모르겠지만 파이오니어에는 돌비회로가 없군요)

이때의 대표작이 바로 마란츠의 2330BD, 2285BD 입니다. 

그러나 돌비회로의 유행은 불과 몇년 계속되지 않았고 4채널처럼 역사의 뒤안길로 그만 사라지고 말았답니다. 

 

1978년에 산스이에서는 G9000, G8000, G7000시리즈를 내 놓았습니다. 노란 황금색 표시창에 어린애 주먹만한 두개의 다이얼이 (하나는 볼륨 조절용, 또 하나는 튜닝놉) 눈길을 끄는 제품이었고 특이하게도 스피커등 접속단자가 뒷면이 아닌 양쪽 측면에 장착되어 있었습니다. 평소 난렵한 음질의 산스이답지 않게 소리는 투박한 편이었고요 그래서 그런지 소비자들에게 그다지 인기가 없었습니다. 세운상가에 한두대 있던데 별로 권하고 싶은 생각이 없네요. 접촉불량등 고장도 잦은 것 같고요. 

 

이듬해 산스이는 G-9700, 8700, 7700 시리즈를 내놓습니다. 덩치가 아주 큰 제품들입니다만 소비자들의 호응은 적었고요. 대충 이때를 기점으로 산스이의 국내인기도 역시 바닥을 기기 시작하죠. 


1980년대에 들어 와서 산스이는 전자식 튜너와 이퀄라이져를 장착한 G-9900Z, 7900Z등을 후속작으로 내놓았지만 오히려 구형만도 못한 엉터리 제품이라는 혹평을 받았습니다.

 

켄우드의 경우 1979년에 Eleven, 후속 모델인 Eleven GX, 그리고 이 시리즈 완결편인 Super Eleven 이라는 초대형 사이즈의 점보급 리시버를 내놓았는데 (저는 이중 Eleven GX를 써 봤습니다) 그 어느것도 같은 회사의 구형인 KR-7600, 9600을 능가하는 것이 없었고요 그 이후의 켄우드 신제품은 거의 국내에 유통이 안되고 소비자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오로지 마란츠만이 고군분투를 하며 전자식 튜닝방식의 9000G와 7000G, 6000G시리즈를 내놓았습니다.

사실 음질로 보나 만듬새를 보나 전작인 2330, 2285시리즈에 비해 형편없었지만 '장님동네의 애꾸' 라는 말대로 다른 메이커가 워낙 죽을 쑤고 있기도 하고 왕년의 마란츠 브랜드의 후광을 입기도 한 덕분에 이외로 많이 팔렸습니다. 특히 7000G가 많이 팔렸죠. 9000G는 매우 비싼 제품이었으나 잔고장이 있어서 구입하실 때 유의하셔야 합니다. (IC불량의 경우 영영 못 고치는 수도 있거든요) 시중에서 중고가는 약 45만원정도 하는데 그보다 오래된 2285B가 60만원, 2330B가 7-80만원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확실히 9000G의 인기는 별로입니다.

 

자, 여기까지가 대충1976년에서 1982년까지의 파란만장한 리시버앰프 역사입니다. 문자 그대로 리시버의 황금시대였었지요 ! 세운상가에 지금 널리 깔려 있는 리시버들은 물량을 아끼지 않고 투여하고 공을 들여 모든 제품을 만들었던 이 시기의 제품들입니다. 

 

물론 그 이후로도 리시버가 일부 생산은 되었지만 그 종류와 질에 있어 길게 언급할 건덕지가 없을 정도로 엉터리 제품이 많았고 대략 1985년경을 전후해서는 일본은 물론 국산메이커에서도 더 이상 리시버의 신제품을 만들지 않게 됩니다. 바햐흐로 '분리형 앰프의 전성시대' 가 열린 것이죠. 그러나 이 당시의 분리형중에는 1970년대의 질좋은 리시버보다도 형편없는 음질의 제품이 많았다는 점을 꼭 지적해 두고 싶습니다.

 

자, 이만 제 리시버이야기의 마무리를 해야겠군요.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대단한 성능의 오디오기기들이 나오고 있어서 70년대의 리시버앰프 따위야 우습지도 않다는 반응을 보이실 분들이 아마 많겠지요.


그러나 AR4X나 AR2ax 또는 jBL L100이나 L50등에 걸어서 LP로 듣는 리시버앰프의 소리는 나름대로 정말 운치가 있답니다. (첼로님께서 이런 운치를 알고 계신다니 정말 존경스럽군요) 특히 튜너와 포노단을 사용하시는 분들은 꼭 이 기회에 적당한 리시버를 한번 서브로라도 구해 보시기를... 


뮤직맨의 전매특허(?)인 표어를 마지막으로 제 글을 끝내겠습니다.

 

" 잘 고른 리시버 하나 열 분리형 앰프 안부럽다 "

 

(뮤직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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